저 말입니까?  

 


 

 


 

 

작성자 박원호
작성일 2013-1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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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의 시대풍류 #52 - 여행 바이러스, 행복 바이러스
 
▲ 박하시인
‘엄마 일단 떠나고 봅시다!’ 얼마 전 신문 기사에서 보았다. 30대 초반 아들이 환갑 나이의 어머니와 함께 300일 동안 50개국을 배낭여행했던 사연이었다. 아들이 엄마에게 배낭여행을 제안했을 때 엄마는 틀림없이 주저했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엄마는 걸쳐놓은 가지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이때 아들이 선뜻 외친 말이, ‘엄마 일단 떠나고 봅시다!’였다고 한다. 말이 쉬워 300일이지 고생바가지로 했을 것이다. 신문 기사만 읽어봐도 참 흐뭇했다. 여행에 관한 한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평생 여행 준비만 하다가 인생 종치시는 분과 이웃집 마실 가듯 여행을 떠나시는 분이다. 늘 여행 준비만 하시는 분들은 공통점이 있다. 핑계대기 선수라는 점이다. 올해는 큰애 수능시험이라서, 내년에는 자식 혼사가 있기에, 임플란트 시술 중이라서, 손주들 봐줄 사람이 없어서, 우리 영감 밥 굶을까 봐 등등....... 일주일 남짓 해외나들이를 두고, 마치 해외이민이라도 떠나는 양 핑계거리를 찾는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여행이 생활화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여행을 다녀온 지 서너 달만 지나도 온몸이 근지럽고, 견디다 못해 기어이 떠난다. 이들이 바로 여행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여행이 젊음의 묘약, 불로초(不老草) 같다. 여행을 하면할수록 젊어지기 때문이다. 사무엘 울만(Samuel Ulman 1840~1924)의 시, ‘청춘’에 딱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한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장미 빛 뺨, 앵두같은 입술, 하늘거리는 자태가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물에서 오는 신선한 정신, 유약을 물리치는 용기, 안일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뜻한다// 때로는 이십대 청년보다 육십이 된 사람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우리가 늙는 것이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하략)

얼마 전 필자는 시골중학교 동창회에 갔다. 매년 가을마다 고향 부근에서 모인다. 처음에는 열댓 명 남짓 모였는데 갈수록 호응도가 높아간다. 이번에는 스물 댓 명 정도 모였는데, 간단한 산행을 한 뒤 횟집에서 저녁 만찬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친구가 대뜸 제안을 했다.
‘내년은 우리 모두 환갑이 되는 해! 환갑잔치 대신 우리끼리 단체로 동남아여행을 가는 게 어떻겠냐?’ 대체로 반색을 하는 눈치였다. 사실 여행은 행선지보다도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실 또래 친구랑 함께 여행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도 없다. 갑자기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그 동안 적립된 회비를 여행비에 지원하는 방안, 여행을 못 가는 사람은 어떡하느냐, 형평의 원칙이 있느냐 등등 갖가지 의견들이 쏟아졌다. 결론은 내년에 결행하기로 했다.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고, 여행도 해본 친구가 잘 한다! 말하자면 여행도 특별한 기술이다. 평소 연습을 많이 할수록 실력이 늘어난다. 언젠가 이 세상 여행을 끝낼 즈음에는 또 다른 낯선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저승 여행이다.
저승 여행보다 낯설고 두려운 곳이 또 있겠는가? 장담하건대, 저승 여행 역시 평소 여행을 자주 해본 사람들이 훨씬 유리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생각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여행은 고독이 아니라 자유이고, 두려움이 아니라 가슴 설렘이기 때문이다.
늘 핑계거리만 찾는 그대여, 더 늦기 전에 일단 떠나고 보시라! 집 떠나면 고생이 아니라, 집을 떠나야 진정 자유! 자유로운 영혼이 되는 법이다. 한번 걸렸다 하면 평생 가는 바이러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 천지에 ‘여행 바이러스’만큼 행복한 바이러스는 없다.

 
글/박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