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말입니까?  

 


 


 

 

작성자 박 원호
작성일 2009-04-22 (수)
ㆍ조회: 2478   
매란방, 그를 부러워만 할 것인가
경극은 중국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전통연희이다. 그렇다고 아주 오래된 전통이 아니다. 바람 앞에 촛불처럼 국운이 위태롭던 청나라 말기, 수렴청정을 하던 서태후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꽃이 핀 것이 바로 경극이다. 말하자면 황실의 전폭적인 지원은 곧 국고 탕진이라는 뜻이기에 경극의 발전과 더불어 청나라의 국운이 쇠망일로를 걸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의 전통예술을 대표하는 자랑거리가 청나라의 쇠락을 앞장서서 부추겼던 것이란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화려와 사치로 일관한 서태후, 그녀는 청나라의 멸망을 초래한 장본인이지만 한편으론 경극을 세계적인 자랑거리로 육성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경극배우인 매란방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줄거리는 크게 세 줄기로 이뤄진다. 첫째는 전통을 고집하는 스승과 새롭게 변화를 시도하는 젊은 제자 매란방 사이의 갈등, 전통의 거부는 곧 스승을 거부하는 것, 과연 그는 어느 길을 가야할 것인가?
결연한 의지로 스승과 대결을 벌이지만 끝까지 예의를 지키던 매란방!!!

둘째는 결혼한 매란방이지만 늘 외로워야 진짜 연기다운 연기가 나온 것은 경극배우로서의 타고난 운명인가? 어느 날, 그에게 독감처럼 찾아온 사랑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짱쯔이! 한때 나를 잠 못들게 하던 그녀! 그녀는 여전히 고혹적이었다. 마나님 옆에 자다말고 짱쯔이를 품에 앉는 잠꼬대를 하면 어쩌나 ㅋㅋㅋ)

셋째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교묘한 심리전에 말려들어 꼭두각시 노름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예술에는 국경이 없어도 예술가에겐 국적이 있다. 자잘한 갈등이 있었지만 비교적 순탄한 전개라
약간 지겨웠다.

영화를 본 뒤에 언뜻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한말의 대원군!
서태후가 경극의 최대 후원자였다면 대원군은 판소리의 최대 후원자였다. 판소리 명창 송만갑은 대원군에게 대단한 인정을 받아 감찰이라는 벼슬까지 올랐던 인물이었다. 매란방이 경극을 대표하는 배우라는 송만갑은 판소리를 대표하는 명창 중의 명창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송만갑의 일대기는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그는 일찍이 명창의 반열에 오르고 대원군과 고종의 비호 아래 높은 벼슬까지 하면서 자신의 재력으로 판소리의 가사들을 새롭게 정리하는 한편, 후배 양성에도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는 초라하게 죽었다. 참으로 쓸쓸한 최후였지만 오히려 가진 재산을 판소리의 발전에 깡그리 쏟아버린 진짜 소리꾼다운 비장한 최후였다.

한편 대원군은 어떻게 판소리에 빠져들었을까? 상상컨대, 대원군이 민비와의 정쟁에 휘말린 나머지 연경(베이징)에 삼 개월 정도 붙들러 갔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대원군은 자금성의 위용에 넋이 나갔을 터이고, 당시 황실 연희로 유명했던 경극을 볼 기회도 있었을 것이다. 대원군은 유폐 생활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왕조의 국고를 탕진하는 것도 모자라 당백전까지 발행하며 크게 벌인 일이 경복궁 중건공사였다. 이는 연경에서 본 자금성을 기가 질린 나머지, 왕실의 권위는 왕궁의 규모에서부터 세워야한다는 깨달음에서 왔던 것이리라.
그 나머지 한 가지! 서태후가 밀어주던 경극을 본 뒤 우리 식 경극인 판소리에 전폭적인 후원을 하게 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조만간에 소리꾼 송만갑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등장하기를 고대해본다.